정부가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5000억 원을 투입했다는 종목이, 그 발표 이후에도 42% 폭락했다면 믿기시나요? 실제로 최근 코스닥 시장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코스피가 연초 이후 90%가 넘는 놀라운 상승률을 기록하는 사이, 코스닥은 연고점 대비 38%를 넘게 무너져 내렸습니다. 심지어 정부의 각종 부양책도 좀처럼 효과를 내지 못하는 모습인데요. 오늘 주식이야기에서는 코스닥이 왜 이렇게까지 흔들리고 있는지, 그 안에 숨은 ‘유동성’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보겠습니다.
1. 무슨 일이 있었나 — 숫자로 보는 코스닥의 추락
코스닥지수는 지난 4월 27일 1226.18로 올해 최고점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7월 21일 종가 기준 753.34까지 밀리며, 연고점 대비 38.56% 하락한 상태입니다. 장중에는 730.81까지 떨어지며, 이재명 대통령 취임 직전 거래일 수준(733.97)보다도 낮은 자리까지 내려앉기도 했습니다. 이는 약 70%가 빠졌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단일 연도 기준 최대 낙폭입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습니다. 연초 이후 9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역대급 강세장을 연출한 겁니다. 코스피와 코스닥의 수익률 격차가 100%포인트 넘게 벌어진 건, 두 시장이 개설된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2. 진짜 심각한 건 ‘거래대금이 말라버렸다’는 것
이번 코스닥 약세장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거래대금 자체가 증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코스닥 하루 거래대금은 연초부터 5월까지만 해도 10조~15조 원대를 유지했지만, 6월부터 급감하기 시작해 7월 중순부터는 4조 원대까지 주저앉았습니다. 두 달도 채 안 되는 기간에 거래대금이 68% 넘게 줄어든 셈입니다.
거래대금이 마르면 왜 위험할까요. 시장에 사고파는 사람 자체가 줄어들면, 아주 작은 매도 물량 하나에도 주가가 크게 흔들리는 ‘가격 결정 기능 약화’ 현상이 나타납니다. 실제로 최근 코스닥에서는 하락 종목 수가 상승 종목의 6~7배에 달하는 날이 반복되고, 거래량이 받쳐주지 못하다 보니 작은 매도세에도 지수가 크게 출렁이는 ‘유동성 가뭄’ 장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3. 정부가 돈을 풀어도 안 먹히는 이유
더 흥미로운 건, 이번 하락 국면이 뚜렷한 악재 없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이란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긴 하지만, 이것만으로 코스닥 전체가 이 정도로 무너진 걸 설명하기는 부족하다는 게 증권가의 시각입니다. 2005년 이후 코스닥이 고점 대비 30% 넘게 빠진 경우는 2008년, 2018년, 2021년 단 세 차례뿐이었는데, 이번 하락은 그 어느 때보다 뚜렷한 위기의 진앙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례적입니다.

원인은 오히려 ‘자금 쏠림’이라는 구조적인 문제에 가깝습니다. 개별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도입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대형 반도체주가 몰린 코스피 쪽으로 대거 이동했습니다. 코스피가 90%대 상승률을 기록하는 걸 지켜본 투자자들이 코스닥을 팔아 코스피를 사들이는 흐름이 반복되며, 코스닥은 자금이 빠져나가는 만큼 더 취약해지는 악순환에 빠진 겁니다. 외국인 자금 역시 반도체 대형주 중심으로만 유입되고 있어, 코스닥에는 좀처럼 온기가 돌지 않는 상황입니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닙니다. 국민성장펀드를 통한 자금 투입, 벤치마크 지수 개편, 상장폐지 요건 강화, 우량주와 부실주를 나누는 ‘승강제’ 도입까지 다양한 부양책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국민성장펀드가 투자한 리가켐바이오조차 발표 이후 42% 폭락하는 모습을 보이며, 개별 종목에 대한 자금 투입만으로는 시장 전체에 낀 구조적 소외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4. 이번 급락 국면에서 두드러진 종목들

| 종목명 | 특징 | 이번 국면에서의 모습 |
|---|---|---|
| 리가켐바이오 | 바이오(항체약물접합체) | 국민성장펀드 투자 발표 이후에도 42% 폭락 |
| 알테오젠 | 바이오(약물전달 플랫폼) | 시총 상위주로 낙폭 확대에 동반 하락 |
| 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 | 2차전지 소재 | 코스닥 대형주 중 낙폭이 컸던 대표 종목군 |
| 레인보우로보틱스 | 로봇 | 코스닥 성장주 전반의 조정 국면에 동반 |
| 리노공업 | 반도체 검사장비 | 반도체 관련주임에도 코스닥 전반 약세에 편입 |
| HLB | 바이오 | 시총 상위 바이오주로 낙폭 국면에 포함 |
5. 투자자가 봐야 할 것 — ‘싼 이유’를 구분하기
이런 급락장에서 투자자가 가장 조심해야 할 건, ‘많이 떨어졌으니 싸다’는 단순한 판단입니다. 하락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기업 실적이나 산업 전망이 실제로 나빠져서 떨어지는 경우와, 지금 코스닥처럼 개별 기업과 무관하게 시장 전체의 자금이 다른 곳으로 쏠리며 함께 떨어지는 경우입니다. 후자라면 언젠가 자금 흐름이 되돌아올 때 반등 여력이 크지만, 그 시점을 가늠하기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코스닥이 큰 폭으로 조정받은 뒤 반등에 성공했던 시기는 예외 없이 시장 유동성이 다시 확대되고, 그 자금을 끌어들일 만한 새로운 주도 산업이 부각됐을 때였습니다. 결국 이번에도 코스닥이 살아나려면 단순한 정책 자금 투입보다, 실제로 개인·외국인 자금이 다시 돌아올 만한 유동성 여건과 새로운 성장 스토리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지금처럼 하루하루 거래대금이 회복되는지, 개인 순매도가 진정되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섣부른 저가 매수보다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6. 마무리
코스피가 사상 최고의 한 해를 보내는 동안, 코스닥은 정반대로 시장 개설 이후 가장 큰 소외를 겪고 있습니다. 뚜렷한 악재 없이도 유동성이 마르는 것만으로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은, 주식시장에서 ‘수급’이라는 요소가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지는지를 새삼 보여줍니다. 정부의 정책만 바라보기보다, 실제 자금이 다시 흘러들어오는 신호를 확인하는 냉정함이 지금 코스닥 투자자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로 보입니다.
이 글은 공개된 보도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정보 제공 목적의 콘텐츠이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그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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