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조 원 프로젝트 ‘마스가’ 닻 올렸다 — HD현대는 AI 조선소, 한화는 군함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조용하지만 묵직한 행사가 하나 열렸습니다.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의 현지 실행 거점, 한미조선협력센터(KUSPC) 개소식입니다. 15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00조 원 규모의 이 초대형 프로젝트에서, HD현대와 한화는 완전히 다른 승부수를 던지고 있습니다. HD현대가 ‘AI 조선소’라는 소프트웨어 카드를 꺼냈다면, 한화는 미국 조선소를 직접 사들이고 군함을 짓는 ‘하드웨어’ 전략을 택했습니다. 오늘 주식이야기에서는 이 마스가 프로젝트와 두 회사의 서로 다른 전략을 짚어보겠습니다.

1. 마스가(MASGA)란 무엇인가

MASGA: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는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의 약자로, 쇠퇴한 미국 조선업을 재건하기 위해 한국이 제안한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입니다. 미국은 상선과 군함을 만들 자체 역량이 크게 뒤처진 반면, 중국의 해양 굴기를 견제하려면 장기적인 조선 생태계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런 배경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상선 건조 경쟁력과 특수선 경험을 가진 한국이 핵심 파트너로 떠올랐고, 한미 투자 패키지 중 무려 1500억 달러가 이 조선 협력에 배정됐습니다.

지난 23일 문을 연 한미조선협력센터는 이 프로젝트의 현지 실행 거점으로, 네트워크 구축과 정책 동향 공유, 양국 기업 간 협력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이날 개소식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한국 기업들의 미국 진출을 돕기 위해 각종 규제를 없애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2. HD현대의 승부수 — ‘피지컬 AI 조선소’

HD현대의 조선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 지멘스의 자회사 지멘스 DIS와 손잡고 ‘차세대 마린 플랫폼’ 도입 본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선박 설계, 생산, 물류, 검사, 시운전에 이르는 전체 공정의 데이터를 하나로 연결하고, 3차원 모델을 기반으로 한 자율 제조 체계를 구축하는 게 목표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피지컬 AI 조선소’로 부르는데, AI가 물리적 공간에서 실제 작업까지 수행하는 개념을 조선소에 그대로 적용한 셈입니다.

HD현대,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조선업 혁신 선도

여기에 더해 HD한국조선해양은 미국 내 조선소를 운영 중인 프레이저 인더스트리의 생산성 진단과 자동화 기술 도입을 지원하고, 자회사 HD현대삼호는 미국 워싱턴주 타코마항에 최신 항만 크레인 4기를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앞서 4월에는 미국 방산기업 안두릴과 함께 자율운항 무인함정(USV) 시제함 공동 건조에도 착수한 바 있습니다. 미국 조선소를 직접 인수하기보다, 소프트웨어와 자동화 기술로 미국의 기존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해주며 자리를 잡아가는 전략인 셈입니다.

3. 한화의 승부수 — 조선소를 사고, 군함을 짓다

반면 한화는 훨씬 직접적인 방식을 택했습니다. 지난해 12월, 한화그룹은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며 한국 기업 최초로 미국 조선소를 직접 소유하게 됐습니다.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이 각각 37.5%, 한화솔루션이 25%의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로, 여기에 유상증자를 통해 1472억 원을 추가로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한화, 미 조선소 직접 인수 및 현지화 전략

이달에는 한화오션이 미국의 함정 설계 명가 ‘레이도스 깁스 앤 콕스’와 ‘글로벌 전략 수송함’ 공동 설계를 위한 전문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는 평시에는 상업용 물류선으로, 유사시에는 군수물자를 운송하는 전략 자산으로 쓸 수 있는 이중용도 선박입니다. 여기에 필리조선소와 델라웨어 카운티 커뮤니티 칼리지가 함께 강사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현지 기술 인력 양성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조선소라는 실물 자산을 직접 확보한 뒤, 방산 특유의 노하우를 살려 군함·특수선 영역에서 입지를 다지는 전략입니다.

4. 왜 이렇게 다른 길을 택했을까

같은 프로젝트 안에서 두 회사가 이렇게 다른 전략을 펴는 건, 각자가 가장 잘하는 영역에 집중하는 ‘차별화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HD현대는 상대적으로 소프트웨어·자동화 역량과 대규모 상선 건조 경험이 강점이라, 미국의 낡은 조선소를 인수하기보다 디지털 기술로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방식이 효율적입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미국 내 21개 조선소 중 매물로 나온 곳이 마땅치 않아, HD현대가 조선소 인수보다 파트너와의 공동 펀드 조성이나 기술 지원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반면 한화는 이미 잠수함, 특수선 등 방산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온 만큼, 아예 미국 내 생산기지를 직접 확보해 군함이라는 고부가가치 영역에서 승부를 보려는 셈입니다. 같은 목적지를 향해도 각자의 핵심 역량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경로를 택하는 모습이, 이번 마스가 프로젝트에서 뚜렷하게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5. 아직 남은 과제 — 법 개정이라는 마지막 관문

다만 이 모든 계획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닙니다.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가 발표됐지만, 미국 내 법 개정과 행정명령 절차는 아직 남아 있습니다. 특히 미국 상선 건조를 규정한 ‘존스법’, 군함 건조를 제한하는 ‘번스-톨레프슨법’의 개정 여부가 관건입니다. 이 두 법이 한국 조선소에서 건조된 선박을 어느 수준까지 인정해줄지에 따라, 실제로 한국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폭이 크게 달라집니다.

이전에 이 블로그에서 다뤘던 트럼프 대통령의 해군력 증강 발언 때도 짚었던 부분인데, 정책 발표와 실제 법 개정 사이에는 늘 시차와 불확실성이 존재합니다. 이번 마스가 프로젝트 역시 협력센터 개소, 계약 체결 같은 가시적인 진전이 이어지고 있지만, 최종적으로 얼마나 많은 물량이 실제 한국 조선소로 넘어올지는 법 개정 향방을 함께 지켜봐야 확인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6. 관련주로 거론되는 이름들

기업명이번 프로젝트에서의 역할
HD한국조선해양지멘스와 AI 기반 차세대 마린 플랫폼 구축, 미국 조선소 현대화 지원
HD현대중공업전투함 설계·건조 역량으로 미 해군 RFI 대응
HD현대삼호미국 타코마항에 항만 크레인 공급
한화오션필리조선소 지분 보유, 미국 함정 설계사와 전략수송함 공동 개발
한화시스템·한화솔루션필리조선소 지분 투자를 통한 참여
삼성중공업미국 설계·기자재 기업, 조선소와 개별 협력(LNG 벙커링선, 무인수상정 등)

7. 마무리

같은 ‘마스가’라는 이름 아래 있지만, HD현대와 한화는 서로 다른 무기를 들고 미국 조선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HD현대의 디지털 조선소 전략과 한화의 실물 자산 확보 전략, 어느 쪽이 더 빠르게 성과를 낼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확실한 건, 존스법과 번스-톨레프슨법이라는 마지막 관문이 열리는 순간, 이 두 회사가 쌓아온 서로 다른 준비가 본격적인 수주 경쟁으로 이어질 거라는 점입니다.


이 글은 공개된 보도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정보 제공 목적의 콘텐츠이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그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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