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하나 내볼게요. 최근 코스닥 시장에서 하루 만에 상한가 근처까지 치솟은 종목들이 있었습니다. 삼성전자도 아니고 SK하이닉스도 아닌데, 이 두 대장주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가자마자 오히려 더 크게 뛴 종목들이었죠. 공통점은 딱 하나, 반도체 웨이퍼 위에 얇은 막을 입히는 ‘증착’ 장비를 만드는 회사라는 점입니다. 도대체 증착이 뭐길래 이렇게 주목받는 걸까요?
오늘 주식이야기에서는 반도체 8대 공정 중에서도 요즘 가장 뜨거운 ‘증착(Deposition)’ 장비, 그리고 이 장비를 만드는 국내 대표 기업들을 짚어보겠습니다.
1. 증착이 뭐길래 — 반도체의 ‘층 쌓기’ 공정

반도체를 만드는 과정은 흔히 ‘건물을 짓는 것’에 비유됩니다. 웨이퍼라는 기초 위에 회로를 그리고(포토), 필요 없는 부분을 깎아내고(식각), 이물질을 씻어내는(세정) 공정을 반복하는데, 이 중 증착은 말 그대로 ‘얇은 막(박막)을 한 겹씩 쌓아 올리는’ 공정입니다.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 건물을 높이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대표적인 증착 방식으로는 화학반응으로 기체 상태의 물질을 웨이퍼 표면에 얇게 입히는 CVD(화학기상증착), 그리고 원자 단위로 훨씬 더 얇고 정교하게 막을 입히는 ALD(원자층증착)가 있습니다. 반도체 회로의 선폭이 점점 미세해지고, HBM(고대역폭메모리)처럼 D램을 수십 층씩 쌓아 올리는 첨단 제품이 늘어날수록, 더 얇고 균일하게 막을 입힐 수 있는 ALD 장비의 중요성이 커지는 추세입니다.
2. 왜 지금 증착 장비주가 뜨거울까

최근 반도체 장비주가 일제히 강세를 보인 배경에는 몇 가지 흐름이 겹쳐 있습니다. 우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대형주가 단기 급등 이후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상대적으로 덜 오른 소부장(소재·부품·장비)주로 매수세가 옮겨가는 순환매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여기에 메모리 업황 개선과 고객사들의 설비투자 확대 기대감이 겹치면서, 증권가에서는 전공정 장비 업체들의 실적 추정치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HBM4·HBM5 전환, 그리고 차세대 D램인 1c 공정 전환에 필요한 투자 규모가 시장 예상보다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 공정에 필수적인 증착 장비 수주 기대감이 먼저 반영되는 모습입니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광주 반도체 패키징 공장, SK하이닉스의 호남권 후공정 시설 등 국내 생산거점 확대 소식도 관련주에 훈풍으로 작용했습니다.
3. 국내 대표 증착 장비 4인방, 무엇이 다를까
증착 장비 하면 흔히 함께 묶여 거론되는 기업이 원익IPS, 유진테크, 테스, 주성엔지니어링입니다. 네 기업 모두 증착 장비를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각자의 출발점과 강점은 조금씩 다릅니다.
원익IPS는 1998년 세계 최초로 ALD 장비 양산에 성공한 이력을 가진 회사로, PECVD·ALD·식각 장비까지 라인업이 가장 넓은 편입니다. 최근에는 파운드리(위탁생산)향 첨단 공정 장비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유진테크는 전통적으로 LPCVD(저압화학기상증착)와 열처리 장비가 주력이었던 회사로, 한때는 다른 세 회사와 겹치는 사업 영역이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에 ALD 장비를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원익IPS·주성엔지니어링과도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졌습니다. 유진테크의 ALD 장비는 웨이퍼 150장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배치(batch) 방식으로, 생산성이 강점으로 꼽힙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증착 관련 장비에 특화된 회사로, 차세대 원자층증착 장비를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에 공급한 이력이 있습니다.
테스는 원익IPS와 PECVD 영역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증착 장비 전문 기업입니다.
네 회사가 초기에는 각자의 영역이 뚜렷했지만, 최근 들어 ALD·PECVD 시장에서 서로 겹치는 구간이 늘어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한눈에 비교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기업명 | 핵심 장비 | 강점 | 최근 이슈 |
|---|---|---|---|
| 원익IPS | ALD, PECVD, 식각 장비 등 (가장 넓은 라인업) | 세계 최초 ALD 양산(1998년) 이력, 파운드리향 확대 | D램 1c·HBM4 투자 확대, 미국 테일러 팹 장비 반입 |
| 유진테크 | LPCVD, 열처리 장비 (최근 ALD 진출) | 배치(batch)형 ALD로 웨이퍼 150장 동시 처리, 높은 생산성 | 삼성전자향 ALD 공급 개시로 경쟁 구도 진입 |
| 주성엔지니어링 | 증착 특화 장비, 차세대 원자층증착 장비 | 증착 한 우물 전략, 글로벌 고객사 공급 이력 | 신규 증착 장비의 글로벌 공급 확대 |
| 테스 | PECVD 등 증착 장비 | 원익IPS와 PECVD 영역 직접 경쟁 | 반도체 장비주 동반 강세 흐름에 동참 |
(위 표는 언론 보도 및 증권가 리포트에 나타난 사업 특징을 정리한 것으로, 세부 제품군은 기업별 최신 공시자료를 통해 다시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4. 숫자로 보는 온도차
증권가 리포트를 보면 같은 ‘증착 장비주’라도 온도차가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원익IPS에 대해서는 D램 1c 공정과 HBM4向 투자 확대, 미국 테일러 팹으로의 장비 반입 확대에 따른 비메모리 매출 개선 기대를 근거로 목표주가를 상향한 리포트가 나온 반면, 다른 리포트에서는 파운드리 고객사의 수주 회복이 가동률 회복 수준에 머물러 있어 증설 확대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신중한 시각도 함께 제시된 바 있습니다. 유진테크 역시 ALD 사업 확대에 따른 고성장 기대감이 반영되며 동종업계 평균보다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즉 같은 테마로 묶이더라도 회사별로 고객사 비중, 제품 믹스, 수주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주가 흐름이나 밸류에이션 논리는 제각각이라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5. 투자자가 짚어봐야 할 포인트
증착 장비주에 관심이 있다면 아래 질문들을 함께 짚어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 이 상승이 실적에 기반한 것인가, 순환매에 기반한 것인가. 대형 메모리주가 쉬어가는 틈에 자금이 옮겨간 것인지, 실제 수주와 실적 개선이 뒷받침되는 것인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 고객사 편중은 없는가. 반도체 장비 업체들은 특정 고객사(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매출 비중이 높은 경우가 많아, 그 고객사의 투자 일정에 실적이 크게 좌우됩니다.
- 단기 급등에 따른 변동성. 장비주는 고객사의 발주 시점에 따라 실적 인식 시기가 달라지는 특성이 있어, 단기간에 크게 오른 만큼 변동성도 커질 수 있습니다.
결국 이 테마의 핵심은 ‘누가 제일 많이 올랐냐’가 아니라, 반도체 미세화·고단화라는 큰 흐름 속에서 어떤 회사가 어떤 기술로 그 수요를 붙잡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데 있습니다.
이 글은 국내 언론 보도와 증권가 리포트 등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것이 아닙니다. 개별 기업의 실적과 주가는 시장 상황에 따라 크게 변동될 수 있으니, 투자 결정은 최신 공시자료와 전문가 의견을 함께 참고해 신중하게 내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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