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장을 짓겠다는 회사가, 정작 그 공장을 가동할 전력부터 자체적으로 확보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와 테슬라가 텍사스에 짓고 있는 초대형 반도체 단지 ‘테라팹(Terafab)’ 이야기입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열린 공청회에서 스페이스X 측은 이 시설을 뒷받침할 자체 천연가스 발전소와 대규모 배터리 저장 설비까지 짓겠다고 밝혔습니다. 오늘 주식이야기에서는 테라팹 프로젝트의 전모와, 왜 반도체 회사가 발전소까지 직접 지어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1. 테라팹, 정체가 뭘까
테라팹은 스페이스X와 테슬라가 텍사스주 그라임스 카운티(휴스턴 북서쪽)에 공동으로 조성 중인 대규모 반도체 제조 단지입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두 회사는 초기 168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으며, 이후 증설까지 포함하면 총 투자 규모는 1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부지 면적만 약 9290만 제곱미터(1억 평방피트)에 달하는 이 시설은 설계·제조·패키징·테스트를 한 지붕 아래에서 처리하는 수직 통합형 공장으로 지어집니다.

여기서 생산되는 반도체는 크게 두 종류입니다. 하나는 테슬라의 인간형 로봇 옵티머스와 전기차에 들어가는 반도체이고, 다른 하나는 우주 분야에 쓰이는 반도체입니다. 인텔은 지난 4월 이 프로젝트에 합류해 설계·제조·패키징 분야의 전문성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머스크는 지상에서는 최대 200기가와트(GW), 우주에서는 1테라와트(TW)급 컴퓨팅을 지원할 수 있는 반도체 생산을 목표로 내걸었습니다.
2. 왜 반도체 회사가 발전소까지 지을까
지난 6일 그라임스 카운티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스페이스X의 에너지·데이터센터 개발 부문을 총괄하는 라일리 트레텔은 “우리는 자체 전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천연가스 화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여기에 대규모 배터리 저장 장치까지 함께 구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이전에 이 블로그에서 다뤘던 ‘AI 시대의 전력 병목’ 이야기와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수요가 기존 전력망의 증설 속도를 앞지르면서, 대형 시설들이 아예 외부 전력망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온사이트 발전’ 방식을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머스크 스스로도 반도체 산업의 발전 속도가 자신의 여러 사업이 필요로 하는 칩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해 온 만큼, 발전소 건설은 반도체 공급망 전체를 자기 손안에 두려는 ‘수직 통합’ 전략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습니다.
머스크와 그의 회사들은 텍사스 에너지 시장에 이미 익숙한 편이기도 합니다. 테슬라는 유틸리티급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인 ‘메가팩’을 휴스턴 서쪽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어, 이번 테라팹의 자체 발전 계획도 그룹 내에 이미 갖춰진 역량을 활용하는 구조로 볼 수 있습니다.
3. 한국과의 접점 — 한미반도체의 지분 투자
이 프로젝트는 한국 투자자들과도 이미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반도체 장비 기업 한미반도체는 지난 6월 스페이스X 지분 500억원어치를 취득했다고 밝혔습니다.

테라팹에서 생산될 반도체의 약 80%가 스페이스X의 우주항공·데이터센터 부문에 투입될 예정인 만큼, 한미반도체는 이 프로젝트의 핵심 주체인 스페이스X 지분을 확보해 전략적 협력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을 밝혔습니다. 이번 투자는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과 팔란티어 창업자 피터 틸의 오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두 사람은 앞서 2021년 반도체 장비 기업 HPSP 공동 투자 등을 함께해온 사이입니다.
4. 투자자가 유의할 점 — 숫자와 일정의 유동성
테라팹 프로젝트를 볼 때 몇 가지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우선 투자 규모 자체가 보도 시점마다 계속 달라지고 있습니다. 초기 투자액이 168억 달러로 확정 발표됐지만, 앞서 언급된 것처럼 최종 투자 규모는 1000억 달러를 훌쩍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함께 나오고 있어, 프로젝트가 진행되며 숫자가 계속 유동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이 시설의 가동 목표 시점은 2028년으로, 아직 여러 해가 남은 장기 프로젝트라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여러 산업 이슈에서 반복해 짚었듯, 대규모 프로젝트의 초기 발표와 실제 완공·가동 사이에는 상당한 시차와 불확실성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전력 인프라 구축, 인허가 절차, 실제 반도체 수율 확보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만큼, 이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진행되는지는 앞으로 나올 후속 소식들을 통해 하나씩 확인해야 할 부분입니다.
5. 마무리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발전소부터 지어야 하는 상황은, 지금 AI 산업이 마주한 병목이 반도체 기술 자체보다 오히려 그 반도체를 만들고 구동할 ‘전력’에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보여줍니다. 머스크의 수직 통합 전략이 우주·로봇·전기차·반도체·에너지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그림으로 확장되는 가운데, 이 프로젝트가 실제로 계획대로 진행될지 앞으로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글은 공개된 보도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정보 제공 목적의 콘텐츠이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그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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