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테리어와 공기 정화를 위해 반려 식물을 들이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특히 특유의 상큼한 향과 연둣빛 잎이 매력적인 '율마(Goldcrest Wilma)'는 집들이 선물로도 인기가 높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정성껏 물을 주던 율마 화분에서 아주 작은 움직임을 발견한다면 어떨까요?
네, 바로 제가 겪은 일입니다. 선물 받은 율마 화분에 몰래 숨어 들어온 '무임승차객', 귀여운 달팽이와의 만남이었습니다. 오늘은 이 작은 생명을 가족으로 맞이하며 배운 달팽이 키우기 노하우와 바쁜 일상 속에서 느림의 미학을 일깨워준 달팽이 집사의 일상을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1.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율마 화분에서 발견한 작은 생명
향긋한 레몬 향이 매력적인 율마는 손으로 잎을 쓰다듬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식물입니다.
작년 11월에 받은 선물이라 추위에 강한 아이인줄 알았는데 설명서 보니 추위에 약하니 섭씨 5도 이하의 날씨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라고 해서 그래도 대문 가까운 거실 위치에 두었습니다.
그런데 율마는 몇달 사이 아래 사진에서 처럼 풍성하던 나뭇가지가 건조하게 마르기 시작하면서 주변에 후두두둑 떨어져 나가더니 마치 탈모 걸린 아이처럼 휑한 변화를 보입니다. 이렇게 큰 변화에 혹시 영양실조 상태인가도 싶고, 솔직히 저 아이를 산에 가서 심어 줘야 살릴 수 있나? 아파트에서 살기 힘든건가? 이런 저런 깊은 고민이 들었습니다.


설명서에 겨울에는 화분의 흙이 대부분 말랐을때 충분히 물을 주라고 해서 한달에 한번 정도 물을 흠뻑 주었습니다.
평소처럼 율마의 겉흙이 말랐나 확인하다가 물을 주고 있는데 화분에 붙은 작은 검댕이를 발견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흙이 튄 것인 줄 알았지만, 잠시 후 그 점이 느릿느릿 움직이기 시작하더군요. 벌레인가 싶어서
깜짝 놀라 빛의 속도로 일회용 비닐 장갑을 끼고 떼어 보니~~~~~달팽이가 아니겠습니까? 나 정말 많이 놀라써엉🥹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바로 명주달팽이였습니다. 아마 화원이 야외에 있었거나 배송 과정에서 율마의 무성한 잎 속에 숨어든 모양입니다. 매일매일을 바쁘게 빠름~빠름~속도에만 집착하던 저에게, 이 작고 느린 생명체는 마치 "잠시 쉬어가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았습니다.


너 어디서 온거야? 몇달 째 물 흠뻑 줬는데 어디 있던거야? 어떻게 그 쎈 물살에서 버틴거야? 그녀석 참 신통방통 신기했습니다.
2. 우왕좌왕 무방비 상태의 달팽이 집사
① 사육장 준비
달팽이는 습한 환경을 좋아한다고 해서 투명한 플라스틱 통에 잠시 넣어 두었습니다. 일회용 비닐 장갑에 붙어 있는 아이를 고대로 넣었습니다. 다만, 달팽이는 생각보다 탈출의 명수이므로 뚜껑이 꼭 있어야 하며, 공기가 통할 수 있는 작은 구멍이 뚫려 있어야 합니다. 뚜껑을 열어 두고 아주 잠깐 한눈을 팔았을 뿐인데 그 짧은 시간에 벌써 탈출해서 밖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헐!!! 너 진짜 달팽이 맞니? 달팽이 중에 아주 빠른 달팽이 인가? 자네 운동 한번 해볼 생각 없나??? 🤣


② 바닥재(코코피트) 깔기
달팽이 키우기 관련 내용을 찾아보니 달팽이의 배를 보호해 주는 코코피트 바닥재를 깔아주라고 하는데 저는 다시 율마 화분으로 돌려 보냈습니다. 흙위에 저런 나무 껍데기 같은 것들이 있어서 살포시 달팽이 올려 주고 티스푼으로 물 한두 방울 떨어 뜨려서 촉촉하게 유지해 주었습니다.


③ 은신처와 구조물
달팽이도 프라이버시가 필요합니다. 작은 나무껍데기나 깨끗하고 납작한 돌 조각을 넣어 숨을 곳을 만들어주세요. 저는 율마 화분 옆에 있던 작은 돌멩이를 깨끗이 씻어 넣어주었는데, 그 위를 타고 오르는 모습이 무척 귀엽더라고요.
3. 달팽이 맞아? 빠름~빠름~5G야!!
가끔씩 정말 깜짝 깜짝 놀랍니다. 달팽이가 이렇게 빠르다니....율마 나뭇가지를 타고 오르는 모습이 생각보다 엄청 빠릅니다.
찍어둔 동영상은 많지만 동영상 업로드 기능이 2월 23일부터 종료된다고 하여서 사진으로 대신하는데 영상을 보여 드리지 못해서 너무 아쉽습니다.


4. 달팽이는 미식가? 진실은?
달팽이가 미식가라서 상추 뿐만 아니라 애호박, 오이, 상추, 당근, 배추 등 대부분의 채소를 다 잘 먹고, 특히 오이는 수분이 많아 달팽이들이 아주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절대 소금(염분)이나 자극적인 채소(깻잎, 양파, 마늘), 매운 음식(고추 등), 강한 향신료, 유제품, 가공식품은 주면 안 된다고 합니다. 달팽이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고 하니 주의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수돗물을 바로 주기보다는 하루 정도 받아두어 염소를 제거한 물을 분무해 주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저는 그냥 정수기 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율마 화분 선물을 작년 11월 15일쯤에 받았는데 지금 우리 달팽이가 3달 정도 율마 화분에서 서식 하고 있는 동안에
단 한번도 제가 급여를 한 적이 없었는데도 지금 이렇게 잘 살고 있는데 급여를 잘 못하여 혹여 탈이라도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많은 생각과 번뇌로 고민 중입니다. 지금은 가끔 물 보충만 해 주고 있습니다. 이대로 달팽이 집사 탈락인가요? 흑흑 ㅠㅠ
달팽이의 집(껍데기)을 튼튼하게 하려면 칼슘 섭취가 필수라고 계란 껍데기를 깨끗이 씻어 안쪽 막을 제거한 뒤 곱게 갈아 채소 위에 뿌려주거나, 시중에서 파는 난각가루를 급여하는 방법이 있다고 하는데 달팽이도 사람처럼 영양소 보충이 필요하구나 싶어서 팔랑팔랑 팔랑귀가 팔랑개비 처럼 시도때도 없이 팔랑거리고 있습니다. 사야하나? 말아야하나? 사~사~~사!!!
일단은 과감하게 그대로 두고 관찰 중입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달팽이를 자연으로 방생해 줄 계획이지만 그 전까지는 함께 사는 동안 꼬물꼬물 귀염둥이 달팽이를 잘 키워 보려고 합니다.
5. 어디 숨었니? 힐링 속의 무한 존재감
조용하고 작은 달팽이가 어느 날 우리 집에 와서 조용한 동거? 아니 반려 달팽이가 되었습니다.
밤에는 열심히 나와서 운동을 하는지 아침에 들여다 보면 끈끈하고 반짝이는 점액들을 그물 보석처럼 뿌려 놓아 여기 저기 이동 동선을 알려주는데 그 모습이 정말 신기하고 예쁩니다.
날마다 오늘은 우리 달팽이가 얼마나 열심히 놀았는지,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확인하는 소소한 재미로 시작하던 작은 힐링이 지금은 저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되어버렸습니다.
어느 날은 점액들이 별로 없는 날이 있는데 그런 날은 꼬물이 달팽이가 어디가 안좋은가? 어디 아픈가? 걱정이 되서 더 많이 지켜보고 챙겨주고 싶어 집니다. 조용하고 손이 많이 가지도 않고 그냥 천천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팽멍이 됩니다.
아무 생각 없이 달팽이의 움직임을 관찰하다 보면 뇌가 휴식하는 기분이 듭니다. 그 순간은 그렇게 속 썩이던 두통도 사라지고 우리 집 달팽이가 이제 저의 만병통치약(?)이 되어 버렸습니다.
6. 작은 화분에서 시작된 커다란 행복
선물 받은 율마 화분을 통해 우리 집에 찾아온 작은 달팽이, 달팽이를 화분에 그대로 두면 율마의 연한 잎을 다 갉아먹을 수 있고, 집안 어딘가로 사라져 버릴 위험이 있으니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달팽이가 처음부터 살고 있던 장소를 빼앗지 않고 그대로 율마 화분에 살게 하고 있습니다.
맨 처음 발견하여 잠시 플라스틱 물병에 넣어 두었을 때는 그렇게 여러 번 탈출을 시도 하더니 지금은 율마 화분 속이 가장 편한가 봅니다. 율마 나무를 타고 올라 가기도 하고 화분 벽에 붙어 있기도 하고 어떻게 들어갔는지 납작한 나무껍데기 아래로 들어가서 숨어 있기도 하고 우리 집 달팽이는 아마도 율마가 제일 좋은가봉가? 나도 달팽이 니가 좋은가봉가~ 🐌
✍️ 마무리하며...
달팽이를 가만히 지켜 보며 그 작은 근육이 움직이는 리듬에 나의 호흡을 맞춰보니 어느 순간 마음이 안정이 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우리집 달팽이 처럼 저도 천천히 자신의 속도에 맞춰 나아가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너무 조급하지 말고 급하게 앞서가지도 말고 조금 느려도 천천히 쉬어가며 잠시 멈춰 서서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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