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의 ‘마지막 관문’이 사라진다 — 이제는 첫 데이터 싸움이다

신약도 아니고 복제약(바이오시밀러) 하나 만드는 데도 몇 년씩, 수백억 원씩 들어간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그 이유의 8할은 바로 ‘임상 3상’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 이어 유럽, 그리고 한국까지 이 3상이라는 마지막 관문을 사실상 생략해도 되는 쪽으로 규제를 풀기 시작했습니다.

관문 하나가 사라지면 게임의 룰 자체가 바뀝니다. 오늘 주식이야기에서는 이 바이오시밀러 3상 완화가 어떤 흐름으로 이어져 왔는지, 그리고 왜 앞으로는 ‘3상’이 아니라 ‘초기 데이터’가 진짜 승부처가 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1. 도미노처럼 이어진 완화 — 미국 → 유럽 → 한국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특허가 끝난 뒤 나오는 복제약입니다. 그동안 이 약을 팔려면 품질 분석, 동물실험, 약동학(PK) 시험에 더해, 수백에서 수천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 3상까지 모두 통과해야 했습니다. 이 중에서도 3상은 시간과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마지막 관문이었죠.

이 흐름이 최근 1년 사이 빠르게 바뀌었습니다. 미국 FDA가 먼저 2025년 10월 ‘바이오시밀러 개발 간소화 지침’을 내놓으며 비교 임상시험의 필요성을 크게 낮췄고, 올해 3월에는 임상 1상 단계의 PK 시험까지 과학적 근거가 있으면 줄일 수 있도록 후속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유럽에서는 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가 4월 ‘맞춤형 임상 접근법에 대한 성찰 보고서’를 채택하며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였고요.

도미노처럼 이어진 바이오시밀러 3상 완화: 미국 → 유럽 → 한국

그리고 지난 14일, 한국 식약처도 품질·비임상·약동학적 비교 동등성만 충분히 입증되면 3상 자료를 아예 제출하지 않아도 되도록 관련 고시를 개정·시행했습니다. 미국, 유럽에 이어 한국까지 3대 규제기관이 같은 방향으로 정렬된 셈입니다.

이번 국내 조치는 지난해 9월 열린 대통령 주재 ‘바이오 혁신 토론회’의 후속 조치로 추진됐고, 식약처는 이미 올해 3월부터 기업이 3상 완화 여부를 미리 논의할 수 있는 사전검토 체계도 함께 운영해 왔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완화로 개발비를 최대 70~90%까지, 개발 기간은 최대 4년가량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2. 관문 하나가 사라졌는데, 왜 더 어려워졌다는 말이 나올까

여기서 흥미로운 역설이 하나 등장합니다. 규제가 풀렸으니 다들 더 쉬워졌다고 좋아할 줄 알았는데, 업계에서는 오히려 “준비 안 된 기업에는 더 가혹한 게임이 시작됐다”는 평가도 함께 나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3상이라는 관문을 생략해주는 대신, 그 앞 단계인 품질 분석과 비임상, 약동학 자료의 정밀도에 대한 눈높이는 오히려 더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즉 게임의 무게중심이 ‘사람에게 투여해서 확인하는 임상 데이터’에서 ‘분자 수준에서 얼마나 똑같은지 증명하는 초기 분석 데이터’로 옮겨간 겁니다.

과거에는 다소 부족한 분석 데이터라도 3상에서 최종적으로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하면 됐지만, 이제는 그 3상이라는 안전망 자체가 없어지는 대신 초반 데이터 설계와 품질 검증 역량이 훨씬 정밀해야 심사를 통과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결국 연구개발(R&D) 역량과 데이터 설계 능력이 부족한 중소업체일수록 오히려 이 변화 속에서 도태될 위험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3. 그래서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름들

이런 흐름 속에서 국내 업계에서 거론되는 이름들도 있습니다. 셀트리온은 이미 개발 중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코센틱스의 바이오시밀러 임상 3상 등록 환자 수를 절반 이상 줄이는 등 규제 완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카트루다, 듀피젠트 등 대형 오리지널 의약품을 겨냥한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어, 임상 부담이 줄어들수록 개발 경제성이 개선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로 꼽힙니다.

규제 완화가 국내 바이오시밀러 산업에 미치는 영향 및 주요 기업별 수혜 분석

이 밖에 개발 품목이 늘어나면 그만큼 위탁생산 수요도 늘어난다는 점에서, 바이넥스나 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도 함께 거론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 언급되는 이름들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기업명사업 성격이번 이슈와의 연관성
셀트리온바이오시밀러 개발·판매코센틱스 등 파이프라인 다수 보유, 3상 계획 변경으로 선제 대응 중
삼성바이오에피스바이오시밀러 개발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카트루다·듀피젠트 등 대형 오리지널 겨냥 파이프라인 보유
삼성바이오로직스CDMO(위탁개발생산)바이오시밀러 개발 품목 증가 시 위탁생산 수요 확대 수혜 거론
바이넥스CMO(위탁생산)개발 품목 증가에 따른 생산 수요 확대 수혜 거론
알테오젠바이오 플랫폼 기술(피하주사 전환 등)경쟁 기술 이슈에 따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도 해 함께 주목받는 종목
종근당바이오시밀러 개발미국 비중이 아직 낮아 직접 수혜는 제한적이라는 평가
LG화학과거 바이오시밀러 개발 이력 보유최근 신약 개발 중심으로 전략 전환, 직접 연관성은 상대적으로 낮음

표에서 보이듯, 같은 ‘바이오시밀러 관련주’로 묶여도 실제로는 직접 개발사, 위탁생산 파트너, 경쟁·대체 기술 보유사까지 성격이 상당히 다릅니다. 뉴스 한 줄에 다 같은 재료로 반응하더라도, 회사마다 이 정책 변화가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의 크기와 방향은 꽤 다르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합니다.

4. 규제 완화가 오히려 ‘승자독식’을 부른다는 역설

투자 관점에서 특히 곱씹어볼 만한 대목은 이겁니다. 보통 규제 완화는 진입장벽을 낮춰서 더 많은 플레이어가 시장에 들어오게 하고, 그만큼 경쟁을 심화시킨다고 이야기합니다. 실제로 이번 조치도 개발비와 기간을 대폭 줄여주는 만큼, 더 많은 후발주자가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그런데 동시에 업계에서는 이번 완화의 수혜가 결국 소수의 대형 업체에 집중될 것이라는 분석도 함께 나옵니다. 왜냐하면 3상이라는 관문이 사라진 자리를 메우는 건 결국 정밀한 분석 데이터와 품질 검증 역량인데, 이건 아무 회사나 하루아침에 갖출 수 있는 능력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랜 기간 여러 파이프라인을 운영하며 데이터 설계 노하우를 쌓아온 기업일수록 이 게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되는 것이죠. 즉 ‘진입장벽이 낮아지는 규제 완화’가 역설적으로 ‘상위권 기업으로의 쏠림’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문이 넓어졌다고 아무나 그 문을 통과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5. 투자자가 봐야 할 것 — ‘3상 여부’가 아니라 ‘초기 데이터 역량’

바이오시밀러 투자 판단 기준의 대전환: 3상 통과보다 개발 역량이 핵심

결국 이번 바이오시밀러 3상 완화 흐름이 투자자에게 주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앞으로 어떤 기업이 좋은 바이오시밀러 회사인지를 가늠할 때, “3상을 통과했는가”라는 질문의 비중은 점점 낮아질 겁니다.

대신 “이 회사는 초기 품질·비임상·약동학 데이터를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고 입증해내는가”, “여러 파이프라인을 동시에 굴릴 수 있을 만큼 분석 역량과 개발 경험이 축적돼 있는가”가 훨씬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이런 정책 기대감으로 관련주 전반이 테마처럼 함께 움직이는 시기에는, 늘 그렇듯 회사별 실제 역량과 무관하게 주가가 먼저 출렁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정책 방향과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을 구분해서 보는 습관이 이번에도 여전히 유효한 원칙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이 글은 공개된 보도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정보 제공 목적의 콘텐츠이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그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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