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손실 난 사람, 정부에서 보상해 줘야 하는 거 아니냐.” 지난달 말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입니다. 21살이라는 작성자는 한 달 만에 1000만원을 잃었다고 토로했습니다. 실제로 이번 여름, 한국 증시는 코로나19 팬데믹이나 1997년 외환위기 때와 비교될 만큼 가파른 조정을 겪었습니다. 오늘 주식이야기에서는 지난 두 달간 코스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어떤 대가를 치렀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1. 두 달의 롤러코스터, 타임라인으로 보기
이야기는 지난 6월, 코스피가 사상 처음 9000선을 넘어서며 시작합니다. AI 투자 열풍을 타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끌어올린 화려한 상승이었습니다. 하지만 축제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7월 한 달간 코스피는 22.19% 폭락하며 주요국 증시 중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7월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 사이에는 6700선에서 5500선까지 밀려났습니다. 28일 하루만 해도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0.84% 폭락한 6023.63에 마감했고, 이날 외국인은 약 4조 9820억원을 순매도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3.39%, 14.65% 급락했습니다.
그런데 곧바로 반전이 찾아옵니다. 31일, 마이크로소프트의 호실적에 힘입어 코스피는 하루 만에 17.91%(1001.89포인트) 폭등한 6595.45로 마감하며 역대 최대 상승 기록을 세웠습니다. 문제는 이 반등의 과실을 누가 가져갔느냐입니다. 이날 개인은 오히려 8조 2739억원을 순매도했고, 그 물량을 받아간 외국인은 7조 2414억원을 순매수했습니다. 폭락장에서 지쳐 주식을 던진 개인들이, 정작 가장 크게 오른 날 그 상승분을 놓친 셈입니다.
2. 숫자로 보는 개미들의 손실
이번 급락의 핵심 원인으로는 개인투자자의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가 꼽힙니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 분석에 따르면, 한국 자산을 기초로 한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시가총액은 6월 22일 약 525억 달러에서 한 달 만에 190억 달러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신용 포지션의 약 65%가 이미 청산됐고, 개인투자자가 레버리지 ETF에서 입은 손실은 약 387억 달러, 우리 돈으로 54조 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피해는 국내 증시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국내 증시 급락을 피해 미국 주식으로 갈아탄 이른바 ‘서학개미’들도 반도체·기술주를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SOXL 등)에 자금이 몰리며 두 달 새 50조원에 가까운 평가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내를 피해 해외로 갔지만 오히려 더 큰 손실을 본 겁니다.
영국 BBC는 지난달 말까지 한국 개인투자자 계좌 약 120만개가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에 직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한국 생산가능연령 인구 약 30명당 1명꼴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금융서비스업체 BNY의 한 관계자는 코스피가 6월부터 8월까지 겪은 조정을 “역사상 가장 가파른 조정 가운데 하나”라며 코로나19 사태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의 급락에 견줄 만하다고 평가했습니다.
3. 숫자 뒤의 사람들
이 통계 뒤에는 구체적인 사연들이 있습니다. BBC가 소개한 사례에 따르면, 엔비디아 투자로 1000%가 넘는 수익률을 올린 뒤 그 수익금 대부분을 SK하이닉스에 넣었던 한 직장인은 약 1만 달러의 손실을 봤습니다. 그는 올해 10월쯤 퇴사하고 창업하기 위해 마련하던 자금이었다고 전해집니다. 올해 말 결혼을 앞둔 한 은행원은 집을 마련하기 위해 모아둔 자금을 기술주에 투자했다가, 7월 한 달 동안 자산 가치가 약 25% 급락하며 2000만원가량을 잃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더 절박한 사연들도 올라왔습니다. 한 이용자는 “주식이 올라서 카드를 계속 긁었는데, 대폭락으로 수익이 오히려 손실이 됐다”며 “뒤늦게 날아오는 카드 청구서를 갚을 길이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손실로 인해 예정했던 여행을 취소했다는 반응도 잇따랐습니다.
4. 왜 이렇게까지 커졌을까 — 레버리지라는 증폭기
이런 대규모 손실의 배경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단일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 ETF의 인기가 있었습니다. 주가가 오를 때는 수익을 몇 배로 불려주지만, 반대로 떨어질 때는 손실도 그만큼 증폭시키는 상품입니다. 상승장에서 쌓인 자신감이 하락장에서는 훨씬 더 크고 빠른 손실로 돌아온 셈입니다. 이런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금융당국은 지난달 31일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현금 3000만원의 기본예탁금을 요구하는 규제를 시행했습니다.
5. 지금은 어떤 국면일까
최근에는 “최악은 지났다”는 진단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개인투자자의 신용·레버리지 포지션 상당 부분이 이미 청산됐고, 금융당국의 규제로 고위험 상품 거래도 크게 줄어든 만큼, 이번 레버리지발 충격이 정점을 지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국내 증시의 신용 포지션 중 약 65%가 이미 정리됐고, 시장의 공포 심리를 나타내는 지표도 다소 누그러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다만 시장 변동성이 여전히 평상시보다 높은 만큼, 저가 매수세가 본격적으로 유입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함께 이어지고 있습니다.
6. 이번 여름이 남긴 교훈
이번 사태는 레버리지 투자가 상승장에서는 달콤하지만, 하락장에서는 얼마나 가혹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줬습니다. 특히 대출이나 신용까지 동원해 레버리지 상품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은, 시장이 예상과 다르게 움직일 경우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걸 이번 사례들이 잘 보여줍니다. 수익이 날 걸 전제로 신용카드를 미리 쓰거나, 결혼·창업처럼 꼭 필요한 자금까지 위험자산에 몰아넣는 방식 역시, 이번처럼 시장이 급변할 때는 삶 전체를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7. 마무리
한국 증시가 겪은 이번 여름의 롤러코스터는 통계로만 보면 ‘조정’이라는 단어로 정리되지만, 그 이면에는 결혼 자금을 잃은 은행원, 창업을 미뤄야 했던 직장인, 갚을 길 없는 카드값을 걱정하는 청년들의 현실이 있습니다. 시장은 언젠가 다시 안정을 찾겠지만, 이번 경험이 남긴 교훈만큼은 투자자 각자가 스스로의 투자 방식을 돌아보는 계기로 남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 글은 공개된 보도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정보 제공 목적의 콘텐츠이며, 특정 종목이나 상품에 대한 투자 추천이 아닙니다. 레버리지 상품은 원금 손실 위험이 크므로 투자 전 충분한 이해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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